표류하는 오슬로 협정, 양분된 팔레스타인 정치지형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와 표류하는 오슬로 협정
1998년 10월 오슬로 협정의 세부 실천사항을 보다 구체화시킨 와이리버 협정이 체결됩니다. 제3차 중동 전쟁에서 점령한 웨스트뱅크를 팔레스타인에 단계적으로 양도하고, 자치 지역 범위를 웨스트뱅크의 40%로 확대하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헌장에 명시된 이스라엘 전복 규정을 삭제한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1999년 9월 수정 와이리버 협정도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전술한 일련의 평화 협정 체결에도 불구하고 2000년 9월28일부터 아랍인 거주 지역에서 제2차 인티파다가 일어나 많은 유혈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이미 체결된 협정 내용들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아라파트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내 평화 공존을 위해 최대 무장 단체인 하마스에 내각 참여를 제의하지만 하마스는 이를 거절합니다. 1987년 창설된 하마스는 제1차 인티파다를 주도한 단체입니다. 제2차 인티파다가 일어나자 2002년 6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공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서안지구와 이스라엘 간 총연장 730km에 달하는 분리 장벽을 설치하기 시작하고, 아랍인은 분리장벽 설치에 격렬하게 반대합니다.
2004년 팔레스타인 평화는 큰 기로를 맞습니다. 2004년 3월 이스라엘이 시도한 가자지구 공습으로 하마스를 창설한 지도자인 아메드 야신이 사망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피의 보복이 한동안 계속됩니다. 2004년 11월 야세르 아라파트가 사망한 후, 마무드 아바스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며, 2005년 9월 가자지구에 주둔한 이스라엘 군대가 철수하면서 38년 동안 지속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이 끝납니다.
하지만 2006년 치러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집권당이었던 파타당을 누르고 승리하면서 평화 협정의 진행이 주춤거립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봉쇄하는 조치를 취합니다. 그러자 경제 제재로 어려움에 처한 하마스는 이란 등에 경제 원조를 요청합니다. 2009년 1월28일 이스라엘이 하마스 본거지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하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가하면서 충돌은 확대되지만 2009년 1월 종료됩니다. 그러나 2010년 2월 이스라엘이 두바이에서 하마스 지도자를 표적 암살하고, 2012년 11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하면서 유혈 사태는 끊이지 않습니다.
강온으로 양분된 팔레스타인 정치지형
2012년 11월 UN은 팔레스타인을 옵서버 국가로 지위를 격상시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독립 국가 자격으로 국제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2013년 1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국가 명칭을 팔레스타인국으로 변경합니다. 팔레스타인국 관할 영토는 6020제곱 킬로미터로 팔레스타인 전체 면적의 22.5%를 차지하며,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로 구성됩니다. 인구는 약 478만명이고, 서안지구 288만명, 가자지구 190만명입니다. 명시적 수도는 예루살렘이지만 실질적 수도는 서안지구에 위치한 라말라입니다.
팔레스타인국 행정구역은 16개 자치구로 이뤄져있습니다. 16개 자치구 중 11개주는 서안지구에, 나머지 5개주는 가자지구에 위치합니다. 하지만 이들 자치주에서 100% 자치가 행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슬로 협정II에 따라 세 지역으로 구분돼 자치가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즉 A지역은 서안지구 18.2% 영역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행정과 보안을 담당합니다. B지역은 서안지구 21.8%이며 행정은 자치정부가 담당하고 보안은 이스라엘이 맡는 구역입니다. 서안지구 60%를 차지하는 C지역은 이스라엘이 행정과 보안을 담당하는 구역으로 팔레스타인국 행정이 전혀 미치지 않아 사실상 이스라엘 영토나 다름없습니다.
현재 팔레스타인국 정치 상황은 온건파인 파타당 중심 자치정부와 강경파인 하마스로 나뉘어 있습니다. 2007년 이후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서안지구는 파타당이 관할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국 내에 두 개 정부가 존재하는 셈이죠. 2017년 자치정부는 하마스에게 가자지구 통치권을 넘기고 통합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하마스는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12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하면서 중동의 아랍 국가들은 물론이고 하마스를 비롯한 강경파 세력까지 반발했습니다. 또한 2018년 5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면서 범이스라엘교도 반발도 확대됐습니다. 최근에는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이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무릅쓰고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하며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국,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들, 팔레스타인국과 미국 등 서방 세계 간 여러 이유로 긴장이 고조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오슬로 협정에서 목표로 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국의 평화 공존과 팔레스타인국의 완전한 독립 국가 출범은 요원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