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해법 사실상 마무리 수순, 최소 3월초 마무리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짓기 위한 한-일 정부간 협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3월 중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강제동원을 담당하는 한-일 국장급 협의가 점점 잦아지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30일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법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는 지난 16일 도쿄에서 한-일 국장급 협의가 열린 후 불과 2주만에 열린 것인데요. 한-일 국장급 협의가 길게는 두 달, 짧게는 한 달 반 정도에 한 번씩 열렸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 기간이 굉장히 단축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양국의 이견이 좁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막바지에 다다른 한일 강제동원 협상의 핵심은 전범기업의 참여와 구상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먼저 왜 구상권이 나왔는지를 이야기해야 할텐데요. 지난 2018년 대법원의 판결로 한국의 원고, 즉 강제동원 피해자 14명은 미쓰비시와 한일제철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전범기업들이 대법원의 판결에도 응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결국 강제집행 소송을 걸게 됩니다. 이 또한 결론에 다다랐고, 이에 마음이 급해진 정부는 일본과의 결론을 서두르고 나섰죠. 판결을 늦춰달라는 의견서를 정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것도 이무렵입니다.
병존적 채무인수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정부가 어떤 '안'을 가지고 일본을 설득하려 하는지를 살펴봐야 할텐데요. 정부는 일명 '병존적 채무인수'라는 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병존적 채무인수란 '일제강제동원지원재단'이라는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전범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진 빚, 즉 채무를 인수해 대신 갚아주는 방안을 말하는데요. 정부가 이런 고육지책을 쓰는 것은, 일본 정부와 기업이 채무이행과 사죄 모두를 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판결 이전에 결론을 내려하기 때문입니다. 즉, 대법원이 결론을 내려 전범 기업이 가진 채무를 강제집행해버린다면 그것으로 이 문제는 끝나버리는 것이니, '저자세'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그 일만은 막겠다는 것입니다. 병존적 채무인수라는 방법을 통해 우리 정부가 대신 돈을 갚아준다면 피해자들은 반발할 지언정, 일본 기업은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이런 안에 대해 피해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다양한 법적 정치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선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해보면 좋겠습니다. 일본에서 '구상권'을 언급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니까요. 구상권은 대신 빚을 갚아준 주체가 이후 본채무자에게 다시 빚을 갚으라고 청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강제동원 문제의 경우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대신 밎을 갚아준 것인 만큼,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데요. 일본으로서는 "너네가 갚겠다고 했으니, 나중에 말을 바꿔 구상권을 청구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 2015년 위안부합의 때 경험에서 비롯한 것인데요. 현재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후 정권이 바뀐 후 입장을 바꿔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마무리 된 외교협상, 반발하는 피해자
물론 피해자 쪽에서는 구상권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쪽에서는 애시당초 전범기업의 사과와 배상이 담보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구상권이 문제가 아니라 병존적채무인수 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기도 하지만요. 여기에 구상권을 포기한다는 전제까지 달린다면 아주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외교적 합의는 사실상 마무리 된 모습입니다. 이제 구상권과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한일제철 등의 호응 여부 등이 마지막 논의점으로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일제강제동원지원재단을 통한 배상안을 발표하면, 일본은 일부 기업이 기금을 마련하는 '호응'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데요. 이런 기업들 가운데 전범기업이 있을지, 또한 일본 정부가 보일 사과 수준이 어느 수준일지 정도가 관심거리 입니다.
그러나 어떤 안에 대해서도 피해자 쪽에서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쓰비시와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들이 기금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우회적인 참여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범기업이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면 더 큰 반발에 봉착할 수 있겠죠.
거기다. 한-일 관계의 악재가 2월부터 자리하고 있습니다. 2월22일은 다케시마(독도)의 날입니다. 뒤 이어 3.1절이 있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역시 올 봄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가운데 한-일 정부가 무리하게 강제동원 해법안을 발표한다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나 외교부와 대통령실 안팎의 반응을 보면 이런 예정된 악재들로 인해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할 모멘텀 자체를 잃는 것 보다는, 미리 발표를 한 후 정면 돌파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듯해 보입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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