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동현 "식민지배 국가 중 사죄하라며 악쓰는 나라 있나"
윤석열 대통령의 40년지기 친구로 알려진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정부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해법을 내놓은 것과 관련 "식민지배 받은 나라 중에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있나"라고 말했습니다. 강제동원 문제를 우리 기업의 돈으로 배상하는 결론을 낸 것에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부정한 것인데요. 그렇다면 식민지 지배 배상을 위해 여전히 '악'을 쓰고 있는 나라는 석 사무총장의 말대로 정말 없는 것일까요?
석 사무총장의 이야기와 달리 식민지배를 당한 피해국들이 가해국들에게 배상 요구를 하는 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입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카리브, 아프리카 국가들은 배상 요구를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2021년 아프리카 서부의 공화국 베냉에 26개의 약탈 문화재를 반환했고, 독일은 과거 식민지 나미비아에 대량학살에 대한 사과와 함께 13억5000만달러를 원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가해국들이 순순히 반환한 것은 아닙니다.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을 중심으로 식민배상 청구운동이 거세지고 있지만 과거 제국을 형성했던 유럽 주요국들은 선례를 남길까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죠. 일본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카리브, 아프리카 국가의 식민 배상 투쟁사
카리브해 식민배상위원회는 유럽 국가들에게 500억달러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유럽 주요국이 카리브해 국가들에게 진 빚은 200년 동안의 강제 무임노동으로, 금액으로 치면 7조파운드(약 1경104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럼 식민피해 배상 운동은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요. 식민피해 배상 운동의 시작은 200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인종차별 철폐 UN 컨퍼런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세계 국가들이 식민주의 유산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모임을 조직한 첫 사례였습니다.
이어서 수년 전부터 옛 식민지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이 식민배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식민지배국의 여론에 호소하고 법정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영국은 1950년대 케냐의 독립운동에 참여한 5000여명의 사람들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했습니다. 이같은 가혹행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수년 동안 영국 법원에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했고 영국정부는 2013년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3000만달러를 배상했고, 짧은 내용이지만 이례적으로 공식사과를 발표했습니다.

화해 협정 체결한 나미비아, 배상 요구하는 자메이카
최근들어 성과도 있었습니다. 독일 식민시대 대량학살의 피해를 입은 나미비아 활동가들은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독일 내 여론의 압력으로 연방의회는 2015년 피해 배상과 관련해 나미비아정부와 공식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2021년, 나미비아와 독일은 최초의 '화해 협정' 을 체결했습니다. 프랑스의 인종차별 철폐 운동가들은 아프리카 국가 정부, 활동가들과 협력해 식민 배상운동을 이끌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수천점의 약탈 문화유산을 반환하고 식민지와 관련한 역사적인 피해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같은 몇차례 성공을 배경으로 옛 식민지 국가들의 정부와 활동가들은 식민피해 배상운동에 본격 시동을 걸었습니다. 카리브해 국가들은 2014년 UN에서 10대 식민피해 배상 어젠다를 발표하고 UN은 그와 관련한 상징적인 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식민지 시대 피해 배상 요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자메이카는 영국에 106억달러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국이 노예 소유주들에게 수수료로 지급했던 것과 동일한 금액입니다. 부룬디의 경우 독일과 벨기에에 43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십년에 걸친 강제노동과 식민주의 폭력을 경제적 비용으로 산출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정부는 벨기에가 식민지배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2020년 벨기에 국왕은 지난달 콩고민주공화국을 방문했습니다.
2020년대에도 식민지 배상 청구는 줄을 이었습니다. 2020년부터 부룬디 , 탄자니아 , 카메룬을 포함한 국가들은 모두 식민지 점령의 지속적인 결과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2022년 8월 가나는 식민지화와 노예 무역에 대한 보상 요구를 갱신하기 위해 국가 연합을 이끌었습니다.

서구 열강은 정말 제대로 배상했을까
우리는 흔히 서구 열강들은 과거사를 제대로 뉘우치고 배상하고 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와의 화해를 위해 사죄한 기억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탓도 클 것입니다. 하지만, 전후 배상과 식민지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수많은 나라를 식민지배 했던 서구 열강들은 배상에 굉장히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일 문제 해결에 미국 등 서구 열강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도, 이런 탓이 클 것입니다. 한국이 일본에게 제대로 배상을 받게 될 경우 자신들에게도 배상 요구가 쏟아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겠죠.
대표적인 사례가 콩고와 벨기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덩치 큰 국가들에 가려졌지만, 벨기에는 19세기 후반부터 100년 가까이 아프리카 중부에서 어느 제국주의 국가보다 잔혹하게 식민 통치를 했습니다. 특히 왕실 23년, 정부 52년 등 도합 75년을 지배한 민주콩고에서는 잔혹한 통치로 수십만 혹은 수백만 콩고인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하지만 벨기에는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아프리카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줬다’는 식의 주장만 되풀이해 왔습니다. 일본이 한국에 관해 주장하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입니다.
늦었지만 사과를 표하기는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콩고를 방문 중인 벨기에 필리프 국왕이 반성의 뜻을 표했습니다. 그는 지난 6월8일 콩고 수도 킨샤사 국회의사당에서 "식민통치는 폭력적 행위와 굴욕으로 이어졌다"며 "콩고인들과 지금도 고통받고 있을 사람들 앞에서 나는 과거 상처에 대한 깊은 유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말했습니다. 2년 전 유감 표명에 이어 두 번째인데요. 쉽게 말하면 일본 국왕이 여의도 국회에 찾아와 유감 표명한 셈입니다.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공식 사과는 없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현지 콩고인들은 "우리 삶을 망친 자를 왜 초대했냐"고 비판하는 등 분노의 목소리도 냈는데요. 다만, 필리프 국왕의 반성이 이번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보다 못한 것인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강제징용 우리 정부 배상, 노무현 정부에서도 동의?
6일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배상을 위한 우리 정부의 안을 발표했습니다. 일제강제동원지원재단이 한국 기업들에게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이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제3자배상이 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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