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전체 3/4가 해발 1000미터 이상인 고원의 나라
아프가니스탄은 상당히 복잡한 종족구성과 지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정식 국명은 아프가니스탄이슬람공화국인데요. 면적은 65만2864제곱킬로미터로 한반도 크기의 세 배 정도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전형적인 내륙국으로 동쪽은 중국, 남쪽과 남동부는 파키스탄, 서쪽은 이란, 북쪽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국경선 길이는 약 5826킬로미터에 이릅니다. 인구는 대략3500만명인데요. 아프간은 페르시아어로 사나운 또는 조용하지 않은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은 국토 전체 3/4 정도가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원에 속합니다. 힌두쿠시가 국토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국토 중부, 동부, 동남부는 고산지대에 속하고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남서부에는 사막이 발달했습니다. 힌두쿠시 북사면 가장자리에 해당하는 북부는 중앙아시아 초원지대로 연결되는 저지인데요. 경작 가능한 토지는 전체 국토의 12% 정도에 불과합니다. 국토 전역이 건조기후에 속하고, 대륙성 기후 영향으로 기온차가 크고 연 강수량은 약 3000mm 정도입니다. 이런 열악한 지형과 기후는 정주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씨족과 협력해 불리한 자연생활을 이겨 내고 살아가는 강한 생존 본능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부여한 측면도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공용어는 아프간-페르시아어라고 하는 다리어와 파슈토어 2개입니다. 모두 인도-유럽 어족의 인도-이란어파에 속합니다. 다리어 계통주민이 50%, 파슈토어 계통 주민이 35% 정도를 차지하고, 아프가니스탄 사람 대부분은 이 언어들을 구사할 줄 압니다. 언어 분포는 지역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는데, 다리어는 힌두쿠시 중앙과 북사면에, 파슈토어는 힌두쿠시 남사면에 해당하는 남부와 남동부에 각각 분포합니다. 11% 정도를 차지하는 우브베크어와 투르크멘어는 북부 국경지대에 주로 분포합니다. 종교는 수니파가 85~90%, 시아파가 10~15% 정도입니다. 시아파 이슬람을 국교로 내세운 이란 사파비 왕조가 지배했던 헤라트 주를 비롯한 서부 지역에 시아파가 많이 분포하는데요. 아프가니스탄 공식적인 종족 집단은 14개입니다. 2013년 센서스 자료를 보면 파슈툰족(42%)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타지크족(33%), 하자라족(9%), 우즈베트족(9%), 아이마크족(4%), 투르크족(3%), 발루치족(2%) 등 순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은 동부-남부 지역, 발루치스탄 북부, 이란-투르크메니스탄과 인접한 북서 변경 지역 등지에 분포하며, 대부분 이슬람 수니파에 속합니다. 두 번째로 많은 타지크족은 타지키스탄과 인접한 북동부 지역과 카불-마자르이샤리프-헤라트-가즈니 등지에 분포합니다. 타지크족은 파슈툰족보다 종족-씨족의 유대감이 상대적으로 약한데요. 칭기즈칸의 후손 하자라족은 13세기부터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했고, 대략 350~520만 명 정도가 중앙 고원 지대에 분포하며, 이 일대를 하자라족의 땅을 뜻하는 하자리스탄이라고 합니다. 하자라족은 이란 북동부(약 50만명)와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등지에도 약간 분포합니다. 하자라족은 대부분 시아파이며,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수니파를 믿는 파슈툰족 차별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파슈툰족이 가장 많이 거주해 아프가니스탄을 파슈툰의 나라라고 말하며, 파슈툰족을 아프간족이라고 합니다. 파슈툰족 전체는 아프가니스탄에 27%, 파키스탄에 61%가 거주하며, 파키스탄 전체 인구의 17% 정도를 파슈툰족이 차지합니다. 그래서 힌두쿠시 남쪽 아프가니스탄과 인더스강 중류 파키스탄 일대를 파슈투니스탄이라고 부릅니다. 파슈툰족은 기원전 1세기경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남부에 살던 유목 민족 스키타이가 힌두쿠시 남쪽으로 이주해 아리안계 원주민과 혼혈된 종족인데요. 파슈툰족의 용맹스러운 기질이 스키타이 유전자 때문이라는 설은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파슈툰족은 종족과 씨족 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친족 집단에 피해를 준 상대자를 보복하는 것을 집단의 주요 덕목으로 간주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외세 침입에 굳건하게 맞서는 아프간 사람들의 용맹성은 이런 민족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파슈툰족은 크게 두 개의 씨족 집단, 길자이족과 두라니족으로 나뉘며, 이들은 서로 대립적인 관계입니다. 두라니족은 칸다하르 중심 남부 지역에, 길자이족은 카불 중심 동부 지역에 많이 분포합니다. 두라니족 출신 아흐마드 샤두라니가 1747년 칸다하르를 수도로 두라니왕국을 건국합니다. 두라니 왕국에 길자이족이 협조-참여하면서 1762년경 북쪽으로 아무다리야강, 서쪽으로 이란 동부 마슈하드, 남쪽으로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동쪽으로 인더스강 상류 카슈미르, 중류 펀자브, 하류 신드 지방까지 국경을 넓힙니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전역, 카슈미르와 이란 동부 지방을 지배하는 제국의 모습을 갖춘 것입니다. 1772년 샤 두라니가 사망한 후 수도가 칸다하르에서 카불로 옮겨지고, 파키스탄 서쪽에 있는 페샤와르가 겨울 수도로 정해집니다. 이후 북쪽 부하라 공국과 란지트 싱이 1799년 동쪽 인더스강 중류에서 건국한 시크 왕국 등의 침입으로 1820년대 후반에는 지금의 카불과 파르반주 및 가즈니주 등으로 두라니 제국 영토는 대폭 축소됩니다.
아프가니스탄은 국토 중앙에 힌두쿠시가 자리 잡고 있어 동서 간 연결이 불편합니다. 힌두쿠시 동쪽 카불에서 서쪽 헤라트를 관통하는 중앙도로가 있지만 간선도로는 기능을 못합니다. 이 때문에 중앙부 고원지대를 피해 북쪽과 남쪽으로 우회하는 간선도로가 타원형 형태로 발달했고, 이 도로를 따라 역사가 오래된 도시들이 분포합니다. 수도 카불은 동쪽에, 2위 칸다하르는 남쪽에, 3위 헤라트는 서쪽에, 4위 마자르이샤리프는 북쪽 간선도로에 각각 위치합니다. 남과 북 간선도로는 고대 실크로드의 아프가니스탄 지선 구간에 해당하는데요. 아프가니스탄 행정 구역은 수도 카불을 제외하고 34개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지역적-역사적 특성에 따라 힌두쿠시 북사면에 해당하는 북부 지방, 중부 고원 지방, 힌두쿠시 남사면에 해당하는 남부 지방으로 구분되는데요. 북부 지방은 초원지대가 펼쳐지는 힌두쿠시 가장자리로 농경지가 많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옥수스강으로 불렀던 아무다리야강을 경계로 투르크메니스탄과 국경을 맞대는데요. 북부 지방은 실크로드의 북로에 해당하는 곳으로 역사가 오래된 도시들이 많습니다. 중심 도시 마자르이샤리프는 이슬람교 제4대 칼리프 알리의 무덤이 발견됐다는 전설 때문에 시아파 성지 중 하나이며, 탈레반과 노선을 달리하는 북부 동맹의 중심지입니다. 마자르이샤리프 서쪽에는 박트라로 알려진 조로아스터교 중심지 발흐가 있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국경을 이루는 파르야브주의 주도 마이마나는 새끼양 모피 산지로 유명합니다.
중부 고원 지방은 하자라족이 많이 거주합니다. 동쪽에는 수도 카불이, 서쪽에는 제3의 도시 헤라트가 위치합니다. 카불에는 약 450만명이 거주하며, 1774년 이후 줄곧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미안은 하자족의 대포적인 거점 도시입니다. 중부 지역에는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바그람 공군기지가 있으며, 중부 지역 서쪽 끝에는 풍부한 물이 흐르는 하천이라는 뜻을 가진 고도 헤라트가 하리루드강과 인접해 있습니다.헤라트는 고대 실크로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교역 도시였고, 사마르칸트에 이어 티무르 제국의 두 번째 수도였던 곳으로 타지크족이 많이 거주합니다.
남부 지방은 실크로드 남로가 통과하는 구간인데요. 파슈툰족이 많이 분포하며, 인접한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에는 발루치족이 거주합니다. 중심 도시는 탈레반 세력의 근거지인 칸다하르입니다. 칸다하르는 알렉산드리아가 건설한 식민 도시로 고대에는 아라코시아의 알렉산드리아로 불렸으며, 두라니 제국 수도였습니다. 2001년 개봉된 영화 배경이 된 곳이며, 지금도 부활을 모색하는 탈레반 세력의 중심 도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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